죽천천으로 봄 향기를 캐러 나서다

2019. 3. 3. 00:00행복한 생활/삼성 NX1

사천이 좋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강아뜨리에 아파트가 좋다. 그 이유 중 하나를 오늘 소개하려고 한다. 집 근처에 죽천천이 흐르고 있다. 가끔 죽천천을 따라 산책을 즐기는 시간이 내게는 행복이다. 그런데 봄이 되면 덤으로 얻는 행복이 있다. 매년 봄이면 아이들과 함께 봄 향기를 캐러 나선다. 보통은 3월 중순 이후에 나서는데 올해는 3월이 시작되자마자 발걸음을 나섰다. 집을 나설 때만 하더라도 추울 것 같아서 두꺼운 겉옷을 챙겨 입었다. 몇 걸음 걷고서는 겉옷을 벗어 허리춤에 묶었다. 바깥에는 벌써 봄이 도착해있었다. 들에는 이름 모를 풀꽃들이 봄을 알리고 있었다. 사진 속의 이 꽃의 이름은 '봄까치꽃'이라고 한다. 아마도 까치가 반가운 소식을 알리듯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전령사라서 그렇게 불리는 것은 아닐까? 물론 추측이다.



요즘은 들에 핀 풀꽃 하나도 아름답게 보인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읽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호미, 모종삽, 과도를 챙겨서 집을 나섰다. 이제는 아이들도 뭘 챙겨야 할지를 알고 있다.



봄 향기를 캐러 가자는 말을 했더니 둘째 녀석이 벌써부터 봄 향기가 느껴진다고 포즈를 취한다. 큰일이다. 예년에 비해 너무 일찍 나섰는데 녀석들이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니라도 상관없다. 가족이 함께 산책을 즐기는 것은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면 그 집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비밀의 장소가 있다. 그곳에 가면 매년 녀석들이 나 여기 있다고 모습을 드러낸다. 내 눈에는 너무 잘 띄는데 다행히 다른 사람들 눈에는 띄지 않는가 보다. 그러나 걱정이다. 보통은 여기서부터 하나씩 모습을 보이는데 아직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역시나 너무 이른 나들인가?



역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올해는 일찍부터 따뜻해서 녀석들이 나왔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뿌리가 굵은 녀석들이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잡고 아이들에게 직접 달래를 찾아서 캐보라고 했다. 들에서 자라는 달래를 캘 때는 요령이 필요하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뿌리를 땅속 깊숙이 두고 있기에 요령이 없으면 뿌리를 캐지 못하고 중간에 잘린다. 처음 몇 뿌리를 캐면서 시범을 보였이고 아이들에게 맡겼다. 역시나 아직은 아이들에게 힘든 작업이다.



직접 달래를 캐기 시작했다. 아직 비밀의 장소까지 내려가지 않았는데 이내 딸기 다라에 봄 향기가 넘쳐 난다. 이만하면 달래장을 만들기에 충분하고 달래 된장국을 끓이기에도 충분하다. 괜히 욕심부릴 필요가 없다. 아직 봄이 지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포근해서 죽천천에 자리를 잡고 달래를 손질했다. 물장난을 좋아하는 녀석들이 달래 손질하는 것도 놀이로 생각하고 손을 보태었다. 



1차 손질을 하고도 가득하다. 자연산이라 잔뿌리가 굵고 실하다. 어떤 녀석들은 이게 달래인지 마늘인지 착각할 정도로 뿌리가 굵었다. 달래 향도 진하다.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향기가 전해진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둘째 녀석이 달래 양념장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흰밥에 계란 프라이, 달래 양념장이면 끝이다. 진한 봄 향기를 느끼며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이 정도면 사천이 좋은 이유이고, 동강아뜨리에 아파트가 좋은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