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을 바라보고 무작정 선진마을로 산책을 나서다

2019. 2. 27. 00:01행복한 생활/삼성 NX1

선진마을 해변에서 바라본 사천만의 일몰


지난 일요일 해 질 무렵 나 홀로 선진리성을 다녀왔다. 내가 살고 있는 동강아뜨리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가끔 이곳으로 산책을 나간다. 3월 하순이면 선진리성 일대는 온통 벚꽃으로 물들고 축제로 인해 사람들로 넘쳐난다. 벚꽃이 피는 계절이면 용남중학교에서부터 선진리성으로 들어가는 편도 1차선의 이 길은 벚꽃터널을 이룬다. 여름에는 벚꽃이 지고 그 자리를 나뭇잎이 대신해서 터널을 이룬다. 개인적으로는 여름 비 내리는 날 초록이 짙은 터널을 거니는 것을 좋아한다. 꼭 벚꽃이 아니더라도 석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날이면 가끔 선진리성과 선진마을 일대로 산책을 나간다.


이충무공 사천해전 승첩기념비


선진리성은 이순신 장군이 처음으로 거북선을 이용하여 왜선 12척을 함몰시킨 유서 깊은 곳이다. 선진리성 에는 약 천 그루의 벚꽃 나무가 있다. 이곳 벚꽃은 수령이 100년이나 되었다. 선진리성에 벚꽃이 활짝 피면 은백색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매년 3월 말 또는 4월 초에는 벚꽃 축제가 열린다.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지만 이른 봄소식과 따뜻한 햇살이 좋아서 산책을 나섰다.



성내를 거닐다 지는 해를 바라본 후 따뜻함에 이끌려 일몰을 보고자 선진마을 해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충무공사천해전승첩기념비'가 있는 곳에서 해변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대나무 숲 길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저 길로 들어가면 무엇이 나올까? 어디로 가는 길일까? 궁금하다. 가 보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일몰이 더 보고 싶다. 다시 해안가로 발걸음을 돌렸다.



바다 건너 서산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멍하니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손에 쥐고 있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일몰을 사진에 담아 본다. 순식간이다. 해가 이렇게 빨리 떨어지는 줄 이제야 알았다. 아쉽다. 망원렌즈로 교환했을 때는 해가 모습을 감추고 있는 상황이었다.



왔었던 길로 다시 되돌아 갈까 생각을 하다가 붉게 물든 하늘을 보며 마을 구경을 나섰다. 지금까지는 해안가 마을만 둘러보았는데 선진마을 회관을 돌아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오래된 집들이 보였다. 나는 이런 집들이 좋다. 이런 집을 보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 오른다. 요즘은 웬만해서는 시골에서도 보일러로 겨울을 난다.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을 보았다. 아직 따뜻한 봄이 오기까지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어느 집을 지니다가 군불을 지피기 위해 장작을 패는 모습을 보았다. 이런 풍경이 정겹다. 



아직은 겨울이다. 해가 지고 나니 금세 추워졌다. 마을을 빠져나오며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더 찍었다. '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주변을 거닐다 보니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아직 봄이 멀었는데 곳곳에 봄을 알리려 일찍 핀 꽃을 볼 수 있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가 떠 올랐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