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문화재단 11월 기획공연 뮤지컬 '미인'을 보다

2019. 11. 26. 16:18문화인으로 거듭나기

2019년 11월 20일 수요일 오늘이 그날이다. 모두가 사랑한 그 남자 MUSICAL '미인'이 사천을 찾았다. 보고 싶은 공연이다. 아니 꼭 봐야 한다. 사천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저녁 7시 30분에 공연이 있다는 사실은 아침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캘린더 앱을 통해 일정을 관리하고 있기에 공연을 잊지 않고 있었다. 



문제는 요즘 개인적으로 신경 써야 할 일들도 많고 회사에서도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시기라 이래저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후 일과를 마치는 종소리가 들렸다. 수요일이라 5시에 맞춰 퇴근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나도 저들의 무리에 끼고 싶었다. 잠시 후 나는 회사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자리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던 일을 급하게 마무리하고 사천시문화예술회관으로 달렸다. 다행히 늦지 않았고, 공연이 시작하기 전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 뮤지컬은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 그의 음악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신중현 그를 잊을 수 없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연배라면 가수 이선희가 리메이크해서 대중화된 '아름다운 강산'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그 노래는 내가 어머니의 태에 있을 무렵인 1972년에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곡을 작곡한 신중현은 당시 반항의 아이콘이었고, 유신체제하에 금지곡에 포함된 곡들이 많았다. 그의 주옥같은 명곡 중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미인'도 금지곡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왜일까?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아름다운 그 모습을 자꾸만 보고 싶네

그 누구나 한번 보면 자꾸만 보고 싶네

그 누구의 애인인가 정말로 궁금하네


가사를 음미해 보았지만 왜 이 곡이 금지곡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긴장된 마음으로 이런저런 잡생각을 했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난 후 오롯이 공연에 몰입했다.



뮤지컬의 제목이자 신중현의 대표곡인 ‘미인’을 비롯해 ‘아름다운 강산’,  ‘봄비’,  ‘커피 한잔’, ‘꽃잎’, ‘빗속의 연인’,  ‘리듬 속에 그 춤을’ 등 그의 히트곡 23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뮤지컬에서 소개된 곡들 중 다수는 김추자가 부른 노래들이다. 신중현과 김추자는 익히 잘 알고 있는 관계다. 음악에 특별한 조회가 없는 나도 김추자가 신중현 사단을 대표하는 뮤지션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다른 분들은 대부분 다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뮤지컬을 보면서 놀란 것은 김완선이 부른 '리듬 속에 그 춤을'이라는 노래다. 분명 김완선의 노래다. 그런데 왜 이 곡이 이 뮤지컬에서 소개가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곡도 신중현의 곡이라는 것인데... 정말일까? 그랬다. 정말 그랬다. 매치가 되지 않지만 확실히 신중현의 곡이라고 한다.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는데 이 노래에 대한 뒷얘기가 재미있어 소개를 해 본다.


김완선은 방송에서 “신중현 선생님도 새로운 장르에 처음 도전한 노래였다”며 “노랫말 자체가 제가 부르기엔 좀 철학적이고 시적이었고 정말 부르기에 난해했지만 이 노래의 히트로 반짝 인기로 스타가 된 것이라는 오명을 벗게 됐다”고 신중현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리듬 속의 그 춤을>(1987년)이 탄생하게 된 과정은, 신중현 자신도 한 방송에 나와 세세하게 설명한 적이 있다. 신중현은 지난 2007년 EBS ‘지식채널 e’와의 인터뷰에서 ‘바늘구멍만 한 희망조차 보이지 않을 때’ 이 곡을 작곡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1975년 박정희 정권의 ‘공연 정화대책’ 발표 이후 신중현은 물고문과 구속, 정신병원 수감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이 “신중현은 이제 끝났다”라고 수군거렸다. 


무기한 활동 금지를 당했던 신중현은 80년대 들어 ‘해금’이 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신중현은 “해금이 돼서 금지가 풀렸으니까 ‘마음대로 해라’ 그래서, ‘뮤직 파워’라는 그룹을 9인조로 거창하게 만들어 갖고 나왔다. 하지만 이제 막 활동을 하려니까 그 시대는 벌써 댄싱그룹, 댄싱 뮤직이 유행하고 있었다. 저와 같은 록 음악이, 록을 좋아하던 사람이 사라진 상태였다”라고 토로했다. 


‘거장’는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다가 쫓겨나고, 춤을 추는 데 발이 안 맞는다고 쫓겨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때였다. “이제 일자리도 한 군데도 못 잡고 만날 쉬는 날이 연속되는데, 다 때려치우고 있을 때 ‘김완선’이라는 가수가 찾아왔다. 제가 옛날 가락이 있으니까 곡을 한번 달라고 했다. 그래서 춤추기 좋게 만들어준 곡이 있다.” 


당시 최고의 ‘섹시 가수’와 서서히 잊혀가던 ‘록의 대부’의 극적인 만남이었다. 신중현은 함부로 ‘현대 음률’을 논하지 말라는 듯 곡을 써 내려갔고, 그것은 불후의 명곡 <리듬 속의 그 춤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뮤지컬은 2부로 구성된다. 약 한 시간의 공연 후 잠시 2부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고 2부가 시작된다. 극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 일제시대다. 뮤지컬을 보면서 왜 시대적 배경을 일제시대일까? 궁금했다.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이 재미가 있다. 



신중현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 찬가’를 만들라는 지시를 거부해 갖은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중현은 지난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나는 음악적인 것 외에는 받아들이지 않는 성격”이라고 그 이유를 밝히면서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안는 진짜 음악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쩌면 그의 이런 성향을 표현하기에 실제 그가 살았던 시대를 그대로 반영하기에는 흥행성 차원에서 부담이 될 수 있었고 때문에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택한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어줍지 않은 나의 추측이다.



준비된 공연이 끝났다. 1부와 2부 준비된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나갔다.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역시나 사천문화재단이 준비한 기획공연이다. 화려하고 멋진 영상과 음악이 준비되었지만 촬영을 할 수 없었다. 사전 공연 홍보 목적으로 소개된 사진으로 대신한다. 이제 12월만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