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두 개의 달... 거짓말

2019. 3. 16. 06:19행복한 생활/삼성 NX1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은 고향 술상마을이다. 아직 어머니가 고향을 지키고 계시기에 그곳을 자주 찾는다. 고향을 들리면 종종 산책을 나선다. 발걸음이 향하는 곳마다 어린 시절 그곳에서 보냈던 추억들이 떠 오른다. 비가 내렸다. 해질 무렵에야 비가 그쳤다. 나보다 어머니를 더 사랑하는 녀석 복순이가 있다. 녀석도 나처럼 답답해하는 것 같았다. 녀석을 데리고 산책을 나서는데 둘째 아이가 함께 했다. 고향 술상마을은 전어가 유명하다. 하동군에서 전어를 테마로 관광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예전에 없었던 '술상 며느리 전어 길'이 생겼는데 뭔가 엉성하다. 마을 전어 축제장이 있는 부둣가에서 출발해서 소나무 숲을 따라 올라 해안 갯벌길과 데크로드를 따라 조성된 1.2Km의 산책로다. 나는 데크로드 구간을 종종 거닌다. 



데크로드 구간은 해안선을 따라 갯벌 위로 길이 놓여 있다. 바다를 보면서 산책을 즐길 수 있고, 물 때에 따라 물 위를 거니는 즐거움이 있다. 이날은 비가 내린 뒤라 데크로드 위 곳곳에 빗물이 고여 있었다. 해안가 암벽 위의 나뭇가지들이 물 위에 비쳐 반영을 이루고 있었다. 자세를 낮춰 사진을 찍었다. 내가 보았던 것과 다른 이미지다. 보지 못했던 것이 들어 있다. 나뭇가지에 달린 둥근 저것은 무엇일까? 달이 반영된 것인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직 하늘은 흐려서 달은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한 것은 사진 속에는 두 개의 달이 떠 있다는 것이다. 달의 크기도 달랐다. 과연 나뭇가지에 걸린 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이 무렵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1Q84'를 읽은 직후였다. 그 달은 바로 데크로드의 나무판자를 고정시키기 위한 나사 머리였다. 두 개의 달은 거짓말이다.



내가 산책을 즐기는 길은 바로 사진 속의 데크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