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책으로 배웠어요, 숄더샷 프레임

2019. 3. 16. 07:10행복한 생활/삼성 NX1

나는 사진을 책으로 배웠다. 아니다. 배우고 있다. 아쉽게도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어쩌면 영원히 진행형일 것이다. 독학으로 사진을 배우고 있기에 속도가 느리다. 다행이다. 나는 만족하는 수준에 이르면 또 다른 재미를 찾는다. 한마디로 쉽게 싫증을 내는 편이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진동선 작가의 사진이 좋다. 그의 책이 좋다. 그의 책은 오랫동안 곁에 두고 읽고 싶다. 그의 책을 통해 숄더샷 프레임을 배웠다. 작가의 책 '좋은 사진'에서는 숄더샷 프레임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던 요소들 때문에 오히려 사진이 좋아 보일 때가 있다. 예컨대 초점이 안 맞은 사진이 더 멋져 보일 때가 있고, 잘못 찍었다고 생각한 사진이 색다르게 보일 때가 있고, 우연히 엉겁결에 찍은 장면이 정성을 들여 찍은 사진보다 더 그럴듯하게 나오기도 한다.


숄더샷(Shoulder Shot) 프레임은 의도하지 않은 사진의 효과를 오히려 의도적으로 역이용하는 사진의 방법론이다. 숄더삿은 말 그대로 어깨에 의지한, 어깨에 기댄 심리적 촬영 기술이다. 주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이 구사하는 프레임 워크다. 프레임 전경에 특정 피사체를 살짝 삽입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대상을 보고자 할 때 전경의 엑스트라를 먼저 보게 된다. 그런데 거추장스러운 엑스트라(숄더)가 오히려 시각적으로 효과를 크게 향상시킨다. 장애물을 의도적으로 설치하고 장애물을 통과해 주인공을 바라보게 하면 곧장 바라보는 것보다 심리적 효과가 훨씬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사진은 주말이면 내가 시간을 보내는 곳 나의 아지트다. 이곳에서 책도 읽고 블로그에 올릴 글도 정리한다. 이날도 그러했다. 잠깐 지인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던 중 맞은편 테이블에 예쁜 꼬마 숙녀 둘이 등장했다. 아들만 둘을 키우는 나로서는 남의 집 아이라도 딸아이를 보면 눈이 간다. 남자아이들과 다른 뭔가가 있다. 엄마랑 재잘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부러움이었을까. 순간 사진에 담고 싶었다. 책에서 본 숄더샷 프레임을 떠 올렸다. 그렇게 찍은 한 장의 사진이다. 진동선 작가의 설명처럼 앞에 엑스트라를 두었기에 엑스트라를 먼저 쳐다보지만 결국 시선이 향하는 곳은 주인공인 아이다. 나는 이렇게 천천히 사진을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