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문화재단 10월 기획공연 '2019 콘서트 가을' 관람후기

2019. 10. 25. 12:10문화인으로 거듭나기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나는 그 해에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정리하여 버킷리스트에 담는다. 매년 반복적으로 세우는 목표도 있지만 그 해에 새롭게 추가되는 목표도 있다. 예전에 하지 않던 것 중 2019년에 새롭게 추가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월 1회 이상 문화생활 누리기'이다. 영화,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어떤 것이 되었던 월 1회 이상 문화적 감성을 누리자는 목표였다. 다행히 지금까지 이 목표를 잘 실천해 오고 있다. 



내가 이 목표를 잘 실천할 수 있는 건 사천문화재단이 매월 알찬 프로그램으로 '기획공연'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사천문화재단이 실시하는 기획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도 이 버킷리스트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10월이다. 가을이다. 누가 뭐래도 가을이다. 9월까지만 하더라도 더위가 극성을 피워 언제 가을이 되려나 했는데 가을은 소리 없이 내 곁이 다가와 있었다. 10월 사천문화재단이 마련한 기획공연은 '2019 콘서트 가을'이다. 10월 17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사천문화예술회관에서 콘서트가 열렸다.



무대의 주인공은 80~90년대 최고의 감성 발라드 황제인 '변진섭'과 애절하고 분위기 있는 보이스의 주인공인 '왁스'다. 변진섭은 히트곡이 꽤 많다. 80년대 후반 내 인생에서 가장 예민했던 시기인 고등학교 시절 그의 노래를 많이 들었다. 답답한 교실에서 꽃다운 청춘을 보내는 것이 답답해서 그의 노래 '새들처럼'을 참 많이 따라 불렀던 것 같다.



​날아가는 새들 바라보며 나도 따라 날아가고 싶어 

파란 하늘 아래서 자유롭게 나도 따라가고 싶어



​당시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잠시나마 답답함을 떨쳐내곤 했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제 그를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고, 그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다. 일을 마치고 바로 콘서트가 열리는 사천시문화예술회관으로 향했다. 



​​아직 공연이 시작하기까지 두 시간 정도 남았지만 벌써부터 공연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일몰이 시작되고 있어 사천시문화예술회관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공연 시작 시간에 맞춰서 올라왔다.



​함께 관람하기로 했던 일행들도 도착을 했었다. 공연 시간이 다 되어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첫 무대는 목소리에 애절함이 묻어 있는 왁스의 공연이다. 공연이 시작하기 5초 전 그녀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무대가 밝아졌다. 



막이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실루엣으로 그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식별할 수 있었다. 화장을 고치고를 불렀을 때의 그녀의 목소리가 맞다. 



그녀의 무대가 금방 지나가 버렸다. 예상했던 것처럼 그녀의 엔딩곡이 끝나고 앙코르 요청에 그녀는 '오빠'를 앙코르 송으로 불렀다. 



​무대가 후끈 달아 오른 상태에서 드디어 변진섭이 무대에 올랐다. 그의 무대는 능숙함과 여유가 흘러넘쳤다. 다행히 공연 시작 전에 무대 감독을 통해 사전 촬영을 허가받은 상태라 그의 공연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그의 몸짓이나 목소리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지만 나 또한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듯 그냥 지금의 그의 모습과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게 좋았다.



무대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제는 중년이 되고 누군가의 아낙이 되어 버린 그녀들도 이 순간만큼은 그 시절 10대의 감성으로 돌아갔다. 그저 오빠의 손 길을 한 번이라도 잡아 보고 싶은 심정이다.



​확실히 콘서트에서는 방송에서 볼 수 없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변진섭 그가 입담이 그렇게 좋았던가? 아니면 이것 또한 콘서트를 위해 사전에 짜인 각본이 가? 뭐 아무렴 어떤까? 그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나 또한 그랬다.



잠시 오빠를 대하는 그녀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자. 누구는 시크하게 아닌 척, 누구는 그저 가까이서 오빠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아 죽겠단다. 또 다른 누구는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오빠를 뒤로하고 사진 찍기에 바쁘다.



무대의 마지막은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뛰며 즐기는 자리였다. 그렇게 사천문화재단이 준비한 10월의 기획공연 '2019 콘서트 가을'이 끝이 났다. 아직 흥겨운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내일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흥분을 가라 앉히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끔 이렇게 정서적으로 자극을 줘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월 1회 이상 문화생활을 누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