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을 찾아서

2019. 9. 5. 22:04일상의 기록/사진 일기

2019년 9월 5일, 목요일


매일 일기를 쓴다. 아니 쓰기로 했다. 이번에는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수 없이 다짐을 했건만 제대로 실행에 옮기고 오랫동안 지속했던 기억이 없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지천명을 앞두고 있다 보니 생각하는 것이 달라졌다. 이 세상에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블로그를 통해서 개방된 공간에 글을 남기는 것이다. 나의 소소한 일상을 간략하게 글로 남기는 것이다. 아직 글 쓰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기에 사진과 함께 단 몇 줄을 글을 남기는 것이다. 그거라면 부담스럽지 않다. 때문에 이번은 다를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사진 일기다.



오늘은 어떤 사진을 선택할까? 어렵다. 힘들다. 사진에 따라 그날 쓰는 글의 내용이 달라진다. 이 사진은 지난 화요일 삼천포마리나에서 찍은 사진이다. 시청에 업무가 있어 휴가를 내었다. 점심 식사 후 이달 블로그 포스팅 기사 작성을 위해 삼천포 마리나에 들렀다. 오전에는 하늘이 뚫린 듯 비가 내리더니 오후에는 잠시 소강상태였다. 다행히 그 틈을 이용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많은 비로 곳곳에 물 웅덩이가 있었다. 주변에서 토사가 흘러들어 흙탕물 웅덩이가 주차장 앞에 있었다. 삼천포마리나 간판을 두고 반영 샷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반전을 시키면 노란 하늘이 만들어 노란 하늘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순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를 떠 올렸다. 병이다. 이제는 고칠 수 없을 것 같다. 그 소설을 읽고 난 후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어딘가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엉뚱한 생각. 혹 이 물 웅덩이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아닐까?



혹시나 물 웅덩이에 살며시 발을 내디뎠다. 갑자기 바닥이 없는 구멍으로 쑥~ 빨려 들어가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냥 흙탕물이었다. 괜히 신발만 버렸다. 아내에게 들을 잔소리를 생각하니 이 세상은 '1Q84'의 새로운 세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