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쉼표 문화가 있는 날 '신나는 섬' 공연 관람 후기

2019. 8. 1. 14:23문화인으로 거듭나기

2019년 7월 31일 수요일. 페이스북에서 알림 메시지를 띄웠다. 가끔 페이스북은 무섭다. 오래된 영화 한 편이 떠 올랐다.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이 영화를 기억하고 있다면 당신은 아마도 중년. 대학 시절 이 영화를 보았다. 공포 영화다. 그런데 페이스북이 내게 말했다.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고. 일 년 전 오늘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정확하게 기억한다. 20년 전 보았던 영화를 기억한다고 하면서 일 년 전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작년 오늘은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휴가지는 여수였다. 올해는 출근을 했다. 그리고 기다렸던 퇴근시간 오늘은 온 가족과 함께 사천시 문화예술회관으로 향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이다. 전국 문화시설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 생활 속 문화 향유를 확산하기 위해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4년 1월부터 시행하는 제도이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였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문화가 있는 날을 유지하는 한편 마지막 수요일이 포함된 주의 주말까지 점차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누가 시작을 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좋은 취지로 운영되면 그만이다. 



올해는 휴가가 늦다. 이번 주말부터 휴가가 시작이다. 아내와 아이들의 아빠의 휴가를 기다리고 있다. 뭔가를 기다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이전까지 바쁘게 움직이던 시계가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대부분은 그런 경험이 있다. 군 시절이다. 거꾸로 돌아도 국방부 시계가 가기는 하지만 참 더디게 간다는 그 시절의 경험이다. 주말까지 휴가를 기다리는 것이 힘들었다. 가정의 날인 수요일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콘텐츠를 검색했다. 다행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마침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사천 문화재단에서는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7월 일상의 쉼표 문화가 있는 날에 준비한 공연은 동화가 흐르는 다정한 집시들의 섬을 떠올리는 공연인 '신나는 섬'의 공연이었다. 좋은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공연과 관련된 정보를 문자로 확인 후 바로 예매를 했다. 



그리고 그날이 되었다. 오늘만큼은 퇴근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사천시 문화예술회관으로 향했다. 오늘은 아내의 차로 이동을 했기에 나는 조수석에 앉아 사천의 아름다운 일몰을 즐길 수 있었다. 공연이 없었다면 사천만 어딘가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아쉬운 마음에 이동하는 차량에서 일몰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이동하는 차량에서 사진을 담기에 많은 제약이 따르지만 사천의 일몰은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아름다웠다.



늦지 않게 문화예술회관에 도착을 했다. 많은 이들이 현장에서 입장권을 수령하고 있었다. 아내에게 입장권을 받으라고 하고 나는 밖에서 삼천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 컨 더 찍었다. 바로 공연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나와서 무대로 들어갔다.



잠시 후 6명으로 구성된 '신나는 섬' 밴드가 나와서 간략하게 인사를 하고 무대를 시작했다. 처음 나는 신나는 섬이라는 주제의 뮤지컬로 알았다. 사전 정보가 너무 없었다. 그런데 뮤지컬이 아닌 퓨전 밴드다. 통기타, 어쿠스틱 기타, 아코디언,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퍼커션 등으로 이루어진 협주다. 그들은 자신들을 집시로 소개하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집시들이다.



아이들을 위해 관람하는 무대인데 너무 음악회에 몰리면 아이들이 지겨워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다. 첫곡을 마친 후 이들도 자신들의 곡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관객들의 호응도가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지 익히 알고 있는 곡을 들려주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신나는 섬이라는 밴드를 처음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을 거다. 그러나 그들의 공연은 최고였다.



그들의 공연을 잠깐 영상으로 살펴보자.



관객들의 호응도 좋았다. 무대는 금방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준비한 마지막곡이 끝나고 앙코르곡까지 약 1시간 30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아이들의 표정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공연장을 찾은 연령층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유아에서 노년까지 다양했다. 무대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들의 표정을 통해 오늘 무대에 만족함을 느끼고 있음을 보았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이런 무대를 가족과 함께 찾고 싶다.